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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선의 딸 큰애기의 마음 ― 2004.10.25 (Mon)

저기 가는 저 큰애기를 보아라
새참으로
막걸리 든 주전자를 들고
보리밥과 김치로 가득한 바구니를 이고
반달 같은 방죽가를 돌아
시방 논둑길을 들어서는
부푼 저 가슴의 처녀를 보아라...

─아부지 그만 쉬셨다 하셔요
저만큼에서 허리 굽혀 나락을 베는 아버지 곁으로 가
아버지 대신 나락을 베고
─아저씨 밥 한 술 뜨고 가세요
지나가는 낮선 사람도 불러
이웃처럼 술도 한잔 드시게 하는
조선의 딸 그 마음을 보아라
마을에 하나뿐인 아니 이 나라에 하나뿐인

(김남주, 「조선의 딸」 중.)

▶김남주, ≪사랑의 무기≫(창작과비평사, 1999), 8쪽◀

─아부지 그만 쉬셨다 하셔요.
─아저씨 밥 한 술 뜨고 가세요.
조선의 딸, 큰애기의 가슴은
세상을 다 껴안을 만큼 크고 넓습니다.
이 땅에 사는 우리의 진정한 관습법은
조선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이 아니라
바로 이런 넓은 마음입니다.

♣ 2004.10.25 (Mon) 생명샘 내용 보기
♣ 2004.10.25 (Mon) 웃음샘 내용 보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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